목차
교황 프란치스코
癸酉丙子生 · 아르헨티나 34°38′S 58°28′W · 종교

교황 프란치스코

癸巳년 辛酉월 乙亥일(1953. 9. 21.),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의 동네 성당. '봄의 날' 나들이를 가던 열여섯 살 호르헤 베르고글리오가 처음 보는 신부에게 고해를 했다. 성당을 나설 때 그는 사제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2026. 10. 4.

나癸酉편인 · 병일주
정인庚子비견 · 건록월주
정재丙子비견 · 건록년주
목 0화 1토 0금 2수 3
01

플로레스의 癸酉일

丙子년 庚子월 癸酉일(1936. 12. 17.),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네 플로레스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가 태어났다. 아버지 마리오 호세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건너온 회계사였고, 어머니 레히나 마리아 시보리는 이탈리아계 집안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태어난 사람이었다. 아버지 집안은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피해 己巳년(1929) 이탈리아를 떠나왔다. 여드레 뒤인 丙子년 庚子월 辛巳일(1936. 12. 25.), 부모는 성탄절에 맞춰 알마그로의 마리아 아욱실리아도라 성당에서 맏아들에게 세례를 받게 했다.

명식은 태어난 해와 달과 날의 간지 여섯 글자로 세우고, 시각을 알면 두 글자를 더한다. 호르헤가 몇 시에 태어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기사는 여섯 글자로 읽는다.

사주의 주인공 격인 일간(日干, 태어난 날의 천간)은 癸다. 같은 물이라도 壬이 강과 바다라면, 癸는 비와 이슬, 땅 밑으로 스며 흐르는 샘물에 가깝다. 소리 없이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닿는 자리를 적시는 물이다. 태어난 날의 지지는 酉, 가을 한복판의 단단한 쇠다. 쇠가 물을 낳으니 癸에게 酉는 편인(偏印)이다. 인성(印星)은 흔히 문서 운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명리는 배움과 사색, 정신이 기대는 자리로 먼저 읽는다. 일간이 지지마다 쓰는 힘을 열두 단계로 나눈 12운성(十二運星)으로 보면 癸는 酉에서 병(病)에 든다. 병은 이름 때문에 앓는 자리로 오해받지만, 명리는 한창때를 지나 기운이 안으로 가라앉는 자리로 읽는다.

태어난 달의 간지는 庚子다. 대설과 소한 사이, 절기로는 한겨울의 달이다. 子는 한겨울의 물로 癸와 오행도 음양도 같아 비견(比肩)이 된다. 명리는 비견을 어깨를 나란히 한 또 하나의 나로 읽는다. 명리가 강약을 가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이 태어난 달인데, 이렇게 달의 지지가 일간과 같은 기운이면 득령(得令)이라 부른다. 癸는 子에서 건록(建祿), 제 힘으로 서는 자리에 든다. 달의 천간 庚은 바위에서 막 캐낸 원석 같은 쇠로, 癸를 낳는 정인(正印)이다.

태어난 해의 간지는 丙子다. 丙은 한낮의 해 같은 불이다. 물이 다스려 끄는 기운이니 癸에게 丙은 정재(正財)가 된다. 해의 지지 子는 달의 子와 같은 글자로 다시 비견이다. 癸는 해의 자리에서도 제 힘으로 선다.

여섯 글자 사이에는 합도 충도 형도 서지 않는다. 子가 둘 나란히 서도 같은 글자끼리 깎는 자형은 생기지 않는다. 신살은 하나 선다.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날의 酉는 도화(桃花)다. 도화는 흔히 바람기로만 풀리지만, 명리에서는 사람의 눈길을 끄는 힘으로 먼저 읽는다.

02

봄의 날

호르헤는 다섯 남매의 맏이로 자랐다. 신앙의 길을 이끈 사람은 친할머니 로사 바살로였고, 그는 할머니를 자기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여자로 꼽았다. 어려서부터 축구 클럽 산로렌소를 응원했다. 공업 고등학교에서 화학 기술자 졸업장을 받은 뒤 히케티어-바흐만 실험실에서 식품의 위생을 검사했고, 그보다 앞서 나이트클럽 문지기와 청소부로도 일했다.

癸巳년 辛酉월 乙亥일(1953. 9. 21.), 아르헨티나 학생들이 '봄의 날'로 쇠는 날이었다. 열일곱 살 생일을 석 달 앞둔 호르헤는 나들이 길에 플로레스의 산호세 성당에 들렀다. 처음 보는 신부가 있었고, 그는 고해를 해야겠다고 느꼈다. 교황이 된 뒤 그는 그날을 이렇게 돌아봤다. "고해를 마치고 나니 무언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목소리 같은, 부르심 같은 것을 들었습니다. 사제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날은 교회가 세리였던 사도 마태오를 기리는 축일이었다.

대운(大運)은 10년마다 바뀌는 운의 흐름으로, 양(陽)의 해에 태어난 남자는 태어난 달의 간지에서 한 칸씩 앞으로 간다. 호르헤의 첫 대운 辛丑은 여섯 살 무렵 시작됐다. 고해를 한 날은 壬寅 대운(1953. 7.~1963. 7.)이 열린 지 석 달이 채 안 된 때였다. 壬은 큰 물로 癸에게 겁재(劫財)이고, 寅은 봄을 여는 나무로 癸가 제 안에서 꺼내 드러내는 상관(傷官)이다. 명식에 한 글자도 없던 나무가 대운으로 처음 들어온 10년이다.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寅은 역마(驛馬), 자리를 옮기는 신살이다.

그날 해의 巳는 불로 정재이고, 명식의 酉와 巳酉半合(金)을 이뤘다. 달의 酉는 명식의 酉와 겹쳐 酉酉自刑을 이뤘다. 같은 글자끼리 서는 형(刑)을 자형(自刑)이라 한다. 형은 '형벌'로만 풀려 겁을 주는데, 명리에서는 서로 깎고 다듬는 관계로 먼저 읽는다. 날의 乙은 풀과 덩굴 같은 나무로 식신(食神)이고, 명식의 庚과 乙庚合(金)을 이뤘다. 날의 亥는 겁재로, 태어난 날의 酉를 기준으로 역마다.

여섯 글자를 오행으로 세면 물이 셋(子·子·癸), 쇠가 둘(庚·酉), 불이 하나(丙)다. 나무와 흙은 한 글자도 없다. 癸에게 나무는 식상(食傷), 제 안의 것을 밖으로 내놓는 기운이다. 흙은 관성(官星), 물길을 막고 다스리는 기운이고, 명리는 이 자리를 규율과 윗사람, 몸담는 조직으로 읽는다.

강약도 저울에 올려 본다. 득령한 癸 곁에 같은 물이 둘 서고, 물을 낳는 쇠가 둘 받친다. 癸일에 올 수 있는 시주 열두 가지를 모두 넣어 보면 모두 신강(身强)으로 나온다. 생시를 몰라도 판정이 갈리지 않는 명식이다. 빈자리는 나무와 흙이다. 이 기사는 그 두 오행이 대운과 해와 달과 날의 간지로 들어온 때를 따라간다.

스물한 살 때 호르헤는 목숨이 위태로운 폐렴을 앓았고, 낭종 셋이 생긴 폐의 일부를 잘라 내고서야 살아났다.

03

순명의 서원

戊戌년 乙卯월 丁亥일(1958. 3. 11.), 스물한 살의 베르고글리오는 예수회에 수련자로 들어갔다. 그날 해의 간지 戊戌은 두 글자 모두 흙이다. 戊는 산처럼 두꺼운 흙으로 정관(正官)이고, 일간 癸와 戊癸合(火)을 이뤄 불을 만들었다. 戌은 불씨를 품은 가을 끝의 흙으로 역시 정관이다. 명식에 없던 흙이 해의 천간과 지지를 모두 채운 해였다.

달의 간지 乙卯는 두 글자 모두 식신이다. 卯는 명식의 酉와 정면으로 부딪혀 卯酉沖을 이루고, 명식의 두 子와는 子卯刑을 이뤘다. 충(沖)은 흔히 깨지는 일로만 겁을 주지만, 명리는 자리가 움직이는 기운으로 먼저 읽는다. 날의 亥는 다시 겁재이고, 태어난 날의 酉를 기준으로 역마다. 비어 있던 흙과 나무가 한날 해와 달로 들어온 날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그는 庚子년 己卯월 己亥일(1960. 3. 12.) 첫 서원을 하고 정식 예수회원이 됐다. 그해의 간지 庚子는 그가 태어난 달의 간지와 똑같다. 산타페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학교에서 문학과 심리학을 가르치고 산미겔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己酉년 丙子월 壬戌일(1969. 12. 13.), 라몬 호세 카스텔라노 대주교에게서 사제품을 받았다. 서른세 살 생일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대운은 癸卯 대운(1963. 7.~1973. 7.)이었다. 癸는 일간과 같은 비견이고, 卯는 식신이다. 卯는 명식의 酉와 卯酉沖을, 두 子와 子卯刑을 이룬다. 癸는 卯에서 장생(長生), 새로 태어나는 자리에 든다. 서품 날의 달 간지 丙子는 그가 태어난 해의 간지와 같다.

스페인 알칼라데에나레스에서 마지막 수련을 마친 그는 癸丑년 丙辰월 戊子일(1973. 4. 22.), 예수회의 마지막 서원을 했다. 교황이 보내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는 네 번째 순명 서원이 함께였다. 그날 해의 丑은 언 땅의 흙으로 편관이고, 달의 辰과 날의 戊는 정관이다. 명식에 없던 흙이 한날 세 글자로 들었고, 날의 戊는 일간과 戊癸合(火)을 이뤘다.

04

관구장

석 달 뒤인 癸丑년 己未월 戊辰일(1973. 7. 31.), 서른여섯 살의 베르고글리오가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이 됐다. 임기는 6년이었다. 한 달 전 대운이 甲辰 대운(1973. 7.~1983. 7.)으로 바뀌어 있었다. 甲은 곧게 선 큰 나무로 상관이고, 辰은 물기를 머금은 봄의 흙으로 정관이다. 명식에 없던 나무와 흙이 대운의 천간과 지지를 나눠 채운 10년이다. 辰은 명식의 酉와 辰酉合(金)을, 子와 子辰半合(水)을 이룬다.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辰은 화개(華蓋)다. 화개는 흔히 고독으로만 풀리지만, 명리는 학문과 종교에 파고드는 기운으로도 읽는다. 관구장이 된 날의 간지 戊辰에서 戊는 일간과 戊癸合(火)을 이뤘고, 대운의 지지 辰이 날에 한 번 더 들었다.

丙辰년(1976), 아르헨티나에 다시 군사 독재가 들어섰다. 그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서 일하던 예수회 신부 오를란도 요리오와 프란츠 얄릭스가 해군에 붙잡혀 해군 기술학교 ESMA로 끌려갔다. 두 사람은 고문을 받고 몇 달 뒤 약에 취해 반쯤 벗은 몸으로 도시 밖에서 발견됐다. 관구장이 두 신부를 지키지 못했고, 붙잡히기 며칠 전 수도회에서 내보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요리오는 훗날 인터뷰에서 베르고글리오가 자기들을 풀어 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말했다.

반대쪽 증언도 쌓였다. 베르고글리오는 공인 전기를 쓴 세르히오 루빈에게, 독재자 비델라와 해군 사령관 마세라를 만나 두 신부를 풀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은 "어쩌면 다른 신부들만큼 용기가 없었을지 모르지만, 독재에 협력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얄릭스는 그가 교황이 된 뒤 낸 성명에서 "우리가 붙잡힌 것이 베르고글리오 신부의 주도였다고 말하는 것은 틀렸다"고 밝혔다.

관구장 임기를 마친 그는 庚申년(1980) 자기가 공부한 산미겔 철학·신학대학의 학장이 됐다. 丙寅년(1986), 예수회 총장 콜벤바흐의 뜻으로 자리를 내놓았다. 사회 정의를 앞세우던 예수회의 흐름과, 대중의 신심과 몸으로 하는 사목을 앞세우던 그의 방식이 맞지 않았다는 평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몇 달 동안 논문을 준비했지만 학위는 마치지 못했다.

庚午년(1990)부터 두 해 동안 그는 코르도바의 예수회 숙소에서 고해 사제로 지냈다. 그의 삶을 연구한 이들은 이 전출을 일종의 징계로 본다. 대운은 乙巳 대운(1983. 7.~1993. 7.)이었다. 乙은 식신으로 명식의 庚과 乙庚合(金)을, 巳는 정재로 명식의 酉와 巳酉半合(金)을 이룬다. 癸는 巳에서 태(胎)에 든다. 태는 새 기운이 막 잉태되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자리다.

05

빈민가의 주교

壬申년 乙巳월 丙申일(1992. 5. 20.), 요한 바오로 2세가 베르고글리오를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했다. 그의 영성과 성품이 대교구장 쿠아라시노 추기경의 눈에 띈 결과였다. 그날 달의 간지 乙巳는 그때 흐르던 대운의 간지와 똑같다.

壬申년 丙午월 甲戌일(1992. 6. 27.), 그는 쿠아라시노 추기경에게서 주교품을 받았다. 사목 표어는 '자비로이 부르시니'로 정했다. 예수가 세리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는 장면을 풀이한 성 베다의 강론에서 따온 말이다. 열여섯 살에 고해를 한 날의 축일 주인이 바로 그 마태오였다. 달의 午는 한여름의 불로 편재(偏財)이고, 명식의 두 子와 각각 子午沖을 이뤘다. 태어난 날의 酉를 기준으로 午는 도화다. 날의 甲은 상관, 戌은 정관이다. 같은 해 예수회 지도부는 그에게 예수회 숙소에서 지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대운은 丙午 대운(1993. 7.~2003. 7.)으로 넘어갔다. 丙은 정재, 午는 편재다. 명식에 하나뿐인 불 곁으로 대운의 두 글자가 모두 불로 들어온 10년이다. 午는 명식의 두 子와 子午沖을 이룬다. 癸는 午에서 절(絶)에 든다. 절은 이름 때문에 끊어져 끝나는 자리로 오해받지만, 명리는 앞의 기운이 끊기고 새 기운을 받을 준비를 하는 자리로 읽는다.

戊寅년 甲寅월 丙午일(1998. 2. 28.), 쿠아라시노 추기경이 세상을 떠나자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 됐다. 그날 날의 간지 丙午는 그때 흐르던 대운의 간지와 똑같다. 날의 午는 이번에도 명식의 두 子와 子午沖을 이뤘다. 해와 달의 寅은 상관으로,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역마다.

대교구장이 된 그는 대교구의 은행 지분을 팔아 파산 직전까지 갔던 씀씀이를 멈췄다. 빈민가에 머무는 사제를 두 배로 늘리고 자기도 자주 찾아가, 빈민가의 주교라 불렸다. 주교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며 대중교통을 타고 끼니를 손수 지어 먹었다. 성목요일의 발 씻김 예식은 교도소와 병원, 양로원, 빈민가에서 했다.

辛巳년 庚寅월 乙卯일(2001. 2. 21.),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그날 해의 辛은 편인으로 명식의 丙과 丙辛合(水)을 이뤘고, 달의 寅은 다시 역마였다.

06

세상 끝에서

대운은 丁未 대운(2003. 7.~2013. 7.)으로 바뀌었다. 丁은 촛불 같은 불로 편재이고, 未는 한여름 끝의 마른 흙으로 편관이다. 癸는 未에서 묘(墓)에 든다. 묘는 무덤이라는 이름 때문에 겁을 주지만, 명리는 기운을 거둬 창고에 넣어 두는 자리로 읽는다.

교황 프란치스코, 2013
癸巳년(2013)

乙酉년 庚辰월 癸酉일(2005. 4. 19.),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을 교황으로 라칭거 추기경이 뽑혔다. 베네딕토 16세다. 콘클라베에 들어갔던 익명 추기경의 일기에 따르면, 베르고글리오는 세 번째 투표에서 40표를 얻었다가 마지막 네 번째 투표에서 26표로 물러섰다. 라칭거의 가장 큰 맞수였다. 그날 날의 간지 癸酉는 그가 태어난 날의 간지와 똑같다.

癸巳년 甲寅월 乙丑일(2013. 2. 28.), 베네딕토 16세가 고령을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 癸巳년 乙卯월 戊寅일(2013. 3. 13.), 콘클라베 둘째 날 다섯 번째 투표에서 일흔여섯 살의 베르고글리오가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었다. 표가 그에게 모이자 곁에 앉은 브라질의 우메스 추기경이 그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마십시오." 그 말을 듣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떠올렸다고, 사흘 뒤 그는 기자들에게 말했다.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쓴 교황은 그가 처음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선 새 교황은 붉은 모제타 대신 흰 수단을 입고, 가슴에는 대주교 시절부터 걸던 십자가를 그대로 걸었다. 첫마디는 평범한 저녁 인사였다.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콘클라베가 할 일은 로마에 주교를 주는 것이었지요. 제 형제 추기경들이 거의 세상 끝까지 가서 주교를 데려온 것 같습니다." 그날 밤 그는 교황 전용차를 마다하고 추기경들과 같은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날 달의 간지 乙卯는 그가 예수회에 들어간 날의 달 간지와 같다. 卯는 이번에도 명식의 酉와 卯酉沖을, 두 子와 子卯刑을 이뤘다. 날의 戊는 정관으로 일간과 戊癸合(火)을 이뤘고, 날의 寅은 상관으로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역마다.

癸巳년 乙卯월 甲申일(2013. 3. 19.), 성 요셉 대축일에 즉위 미사가 열렸다. 그는 교황 관저인 사도 궁전 대신 바티칸의 손님 숙소 산타 마르타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 대운은 넉 달 뒤 戊申 대운(2013. 7.~2023. 7.)으로 넘어갔다. 戊는 정관으로 일간과 戊癸合(火)을 이루고, 申은 정인으로 명식의 子와 申子半合(水)을 이룬다. 癸는 申에서 사(死)에 든다. 사는 이름 때문에 겁을 주지만, 명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기운이 한곳에 고인 자리로 읽는다.

癸巳년 己未월 乙亥일(2013. 7. 8.), 교황이 된 뒤 로마 밖으로 나선 첫걸음은 이탈리아 남쪽 끝 섬 람페두사였다. 바다에서 죽어 간 이주민들을 생각하며 드린 미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화된 이 세상에서 우리는 세계화된 무관심에 빠졌습니다." 희망을 싣고 떠난 배가 죽음의 배가 됐다고도 했다. 그날 날의 간지 乙亥는 열여섯 살의 호르헤가 플로레스에서 고해를 한 날의 간지와 같다.

같은 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세계 청년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癸巳년 己未월 乙未일(2013. 7. 28.)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어떤 사람이 동성애자이고 선한 뜻으로 주님을 찾는다면, 제가 누구라고 그를 판단하겠습니까?"

07

광화문의 노란 리본

甲午년 壬申월 丁巳일(2014. 8. 14.) 오전, 교황이 서울공항에 내렸다. 아시아 청년 대회에 맞춘 닷새 동안의 한국 방문이었다. 넉 달 전 甲午년 戊辰월 丁巳일(2014. 4. 16.)에는 세월호가 가라앉아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황이 한국 땅을 밟은 날의 간지는 배가 가라앉은 날과 같은 丁巳였다. 이튿날에는 대전에서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 프란치스코, 2014
甲午년(2014)

甲午년 壬申월 己未일(2014. 8. 16.) 아침, 교황은 서소문 순교 성지를 들른 뒤 광화문 앞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가 복자가 됐다. 방한 중 그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이튿날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 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했고, 甲午년 壬申월 辛酉일(2014. 8. 18.) 명동 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드린 뒤 한국을 떠났다.

해의 간지 甲午에서 甲은 상관이고, 午는 편재로 명식의 두 子와 각각 子午沖을 이뤘다. 태어난 날의 酉를 기준으로 午는 도화다. 달의 壬은 겁재, 申은 정인으로 명식의 子와 申子半合(水)을 이뤘다.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세월호의 노란 리본 이야기를 꺼냈다. 연대의 뜻으로 반나절 달고 다녔더니, 누군가 다가와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때 한 대답은 이랬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습니다."

甲午년 丙子월 壬戌일(2014. 12. 17.),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되살리겠다고 발표했다. 교황은 캐나다 정부와 함께 뒤에서 두 나라를 이은 중재자였다. 발표한 날의 달 간지 丙子는 그가 태어난 해의 간지와 같다. 乙未년 壬午월 乙丑일(2015. 6. 18.)에는 지구를 돌보는 일을 다룬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나왔다. 乙未년 戊子월 戊午일(2015. 12. 8.), 그는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열어 '자비의 특별 희년'을 시작했다.

丙申년 丙申월 己丑일(2016. 9. 4.),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캘커타의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테레사 수녀도 癸일에 태어났다.

“인간의 고통 앞에서는 중립을 지킬 수 없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한국 방문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기자회견辛酉日 · 甲午年
08

같은 배

칠레의 후안 바로스 주교는 스승 신부의 아동 성추행을 알고도 덮었다는 고발을 받고 있었다. 丁酉년 癸丑월 庚戌일(2018. 1. 18.), 칠레를 찾은 교황은 바로스를 감싸느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증거를 가져오면 그때 말하겠다. 모두 중상모략"이라고 답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그해 그는 판단에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바티칸의 조사 끝에 바로스를 포함한 칠레 주교 세 명이 물러났다.

교황 프란치스코, 2024
甲辰년(2024)

庚子년 己卯월 己巳일(2020. 3. 27.) 저녁, 코로나19로 이탈리아가 봉쇄된 가운데 교황은 '로마와 온 세상에' 특별 강복을 했다. 강론은 이렇게 열었다. "몇 주째 저녁입니다." 이어 그는 말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두 연약하고 길을 잃었지만, 저마다 소중하고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해의 간지 庚子는 그가 태어난 달의 간지와 똑같다. 달과 날의 己는 편관이다.

대운은 己酉 대운(2023. 7.~2033. 7.)으로 넘어갔다. 己는 편관, 酉는 편인이다. 酉는 명식의 酉와 酉酉自刑을 이루고, 태어난 해의 子를 기준으로 도화다. 태어난 날의 지지와 같은 글자가 10년짜리 대운으로 들어온 셈이다. 癸卯년(2023) 말, 교황청 신앙교리부는 동성 커플에게도 사제가 축복을 줄 수 있다는 문서 「간청하는 믿음」을 냈다. 진보 쪽은 반겼고 보수 쪽은 반발했다.

乙巳년 戊寅월 甲寅일(2025. 2. 14.), 교황은 기관지염으로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 들어갔다. 양쪽 폐에 폐렴이 번져 한때 기계 호흡에 기댔다. 스물한 살에 폐 일부를 잘라 낸 몸이었다. 乙巳년 己卯월 辛卯일(2025. 3. 23.), 다섯 주 넘게 머문 병원을 나서며 그는 발코니에서 사람들에게 강복했다.

乙巳년 庚辰월 己未일(2025. 4. 20.), 부활절이었다. 미사는 다른 추기경에게 맡겼지만, 교황은 대성전 발코니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 강복을 준 뒤 광장으로 내려가 무개차를 타고 군중 사이를 돌았다. 마지막 부활절 메시지에서 그는 가자 지구의 휴전을 호소했다. 이튿날 乙巳년 庚辰월 庚申일 庚辰시(2025. 4. 21. 07:35), 교황 프란치스코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여든여덟 살로 세상을 떠났다. 뇌졸중이 혼수로, 혼수가 되돌릴 수 없는 심장 정지로 이어졌다.

그날의 간지를 보면 해의 乙은 식신으로 명식의 庚과 乙庚合(金)을, 해의 巳는 명식의 酉와 巳酉半合(金)을 이뤘다. 달의 庚은 정인이고, 달의 辰은 정관으로 명식의 酉와 辰酉合(金)을, 子와 子辰半合(水)을 이뤘다. 날의 간지 庚申은 두 글자 모두 정인이고, 申은 명식의 子와 申子半合(水)을 이뤘다. 癸는 申에서 사에 든다. 숨을 거둔 시각의 간지 庚辰은 그달의 간지와 같다.

乙巳년 庚辰월 乙丑일(2025. 4. 26.), 성 베드로 광장에서 추기경단 단장 레 추기경의 주례로 장례 미사가 열렸다. 미사에는 25만 명쯤이 모였다. 그는 바람대로 바티칸이 아닌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혔다. 영적 유언은 이렇게 끝난다. "제 삶의 마지막 부분을 채운 고통을 세상의 평화와 민족들 사이의 형제애를 위해 주님께 바칩니다." 무덤의 돌에는 라틴어 이름 한 단어만 새겼다. Franciscus.

그날의 간지

  1. 丙子년 庚子월 癸酉일(1936. 12. 17.)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에서 태어났다.태어난 날
  2. 癸巳년 辛酉월 乙亥일(1953. 9. 21.)플로레스의 성당에서 고해를 하고 사제의 길을 정했다.癸巳년 · 비견·정재
    巳酉半合(金) · 일지
  3. 戊戌년 乙卯월 丁亥일(1958. 3. 11.)예수회 수련자가 됐다.戊戌년 · 정관·정관
    戊癸合(火) · 일간
  4. 己酉년 丙子월 壬戌일(1969. 12. 13.)사제 서품.己酉년 · 편관·편인
    酉酉自刑 · 일지 / 桃花 酉(년지 기준)
  5. 癸丑년 丙辰월 戊子일(1973. 4. 22.)예수회 마지막 서원.癸丑년 · 비견·편관
    子丑合(土) · 년지 / 子丑合(土) · 월지 / 酉丑半合(金) · 일지 / 華蓋 丑(일지 기준)
  6. 癸丑년 己未월 戊辰일(1973. 7. 31.)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癸丑년 · 비견·편관
    子丑合(土) · 년지 / 子丑合(土) · 월지 / 酉丑半合(金) · 일지 / 華蓋 丑(일지 기준)
  7. 壬申년 丙午월 甲戌일(1992. 6. 27.)주교 서품.壬申년 · 겁재·정인
    申子半合(水)
  8. 戊寅년 甲寅월 丙午일(1998. 2. 28.)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戊寅년 · 정관·상관
    戊癸合(火) · 일간 / 驛馬 寅(년지 기준)
  9. 辛巳년 庚寅월 乙卯일(2001. 2. 21.)추기경 서임.辛巳년 · 편인·정재
    丙辛合(水) · 년간 / 巳酉半合(金) · 일지
  10. 癸巳년 乙卯월 戊寅일(2013. 3. 13.)제266대 교황으로 뽑혔다.癸巳년 · 비견·정재
    巳酉半合(金) · 일지
  11. 癸巳년 乙卯월 甲申일(2013. 3. 19.)즉위 미사.癸巳년 · 비견·정재
    巳酉半合(金) · 일지
  12. 癸巳년 己未월 乙亥일(2013. 7. 8.)람페두사 방문.癸巳년 · 비견·정재
    巳酉半合(金) · 일지
  13. 甲午년 壬申월 丁巳일(2014. 8. 14.)한국 방문 시작.甲午년 · 상관·편재
    子午沖 · 년지 / 子午沖 · 월지 / 桃花 午(일지 기준)
  14. 甲午년 壬申월 己未일(2014. 8. 16.)광화문 시복 미사.甲午년 · 상관·편재
    子午沖 · 년지 / 子午沖 · 월지 / 桃花 午(일지 기준)
  15. 乙未년 壬午월 乙丑일(2015. 6. 18.)회칙 「찬미받으소서」.乙未년 · 식신·편관
    乙庚合(金) · 월간
  16. 丙申년 丙申월 己丑일(2016. 9. 4.)테레사 수녀 시성.丙申년 · 정재·정인
    申子半合(水)
  17. 庚子년 己卯월 己巳일(2020. 3. 27.)코로나19 특별 강복.庚子년 · 정인·비견
  18. 乙巳년 庚辰월 庚申일(2025. 4. 21.)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乙巳년 · 식신·정재
    乙庚合(金) · 월간 / 巳酉半合(金) · 일지
  19. 乙巳년 庚辰월 乙丑일(2025. 4. 26.)장례 미사.乙巳년 · 식신·정재
    乙庚合(金) · 월간 / 巳酉半合(金) ·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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